작은 연탄 한 장, 희망의 불씨 되길

찬바람도 꺾지 못하는 나눔의 열기

찬바람에 몸이 절로 움츠러들던 지난 11월 5일 아침, 인천 백운역 1번 출구 앞 광장은 속속 몰려드는 초·중·고등학생 RCY 단원들로 북적였어. 이날 하루 동안 인천 부평구, 서구, 미추홀구, 동구 일대에서 ‘RCY 사랑의 연탄 나눔’ 봉사활동이 펼쳐졌거든.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친구들과 함께 뜻깊은 봉사활동에 참여한다는 생각에 현장은 복작복작 활기가 넘쳤고 학생들의 눈빛에도 생기가 돌았어.

RCY 단원들은 에너지 취약계층 40가구에 연탄 300장씩 총 1만 2,000장을 전달하는 임무를 맡았어. 봉사활동은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진행됐는데 오전에만 200여 명의 RCY 단원, 일반 청소년이 참여했지. 봉사 장소로 이동하기 전에 우선 옷과 몸에 탄가루가 묻지 않도록 우비와 장갑을 착용해야 했는데 RCY 단원들이 학생들을 꼼꼼하게 챙겨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 발열 체크와 손 소독, 복장 준비까지 마친 뒤 봉사자들이 현장에서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지역별로 조를 구성했어. 제일고등학교, 인평자동차정보고등학교 학생과 RCY 단원, 적십자봉사원, 지도교사 80여 명으로 구성된 1개 조와 함께 부평 3동 2개 가구를 찾았어. 이날 봉사에 함께한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박은영 사무처장님은 봉사에 앞서 “오늘 하루 RCY답게 즐겁고 행복하게 봉사하시기 바랍니다. RCY 파이팅!”이라고 외치며 학생들을 독려하기도 했어.

우리 이웃에 힘이 되어줄 소중한 땔감

봉사 현장은 골목이 비좁고 오르막이 길게 펼쳐져 있어 주의가 필요했어. 연탄을 손쉽게 나를 수 있도록 일렬로 대형을 갖추고 연탄을 하나하나 전달해야 했지. 현장을 지도하는 선생님들은 골목을 바쁘게 오가며 주의사항을 전달하느라 분주해 보였어. 학생들의 이마엔 송골송골 땀이 맺히기 시작했어. 장난기 가득한 친구들도 연탄을 주고받을 땐 떨어뜨리지 않도록 진지하게 임했고, 금세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전달할 방법을 터득해 주위 친구들에게 알려주기도 하더라고.

“연탄이 미끄러워 놓치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있어요. 저희로 인해 이곳 주민분들이 따뜻하게 겨울을 나실 수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해요.” 지난해에 이어 연탄 나눔 봉사에 두 번째 참여했다는 안상규 단원(제일고등학교 2학년)이 의연한 모습으로 봉사에 임하는 소감을 전했어.

순식간에 한 가정에 300장의 연탄 배송이 마무리되고 휴식 시간을 가졌어. 다들 한결 마음이 편해졌는지 옆자리 친구들과 한바탕 수다로 웃음이 끊이질 않았어. 그런 와중에도 친구들이 마실 생수를 전달하는 RCY 단원들의 손길이 얼마나 듬직해 보이던지. 그다음 집은 좀 더 경사가 가파른 곳에 있었어. 한 장 한 장 조심스럽게 연탄을 들고 나르는 학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지. 아까보다는 훨씬 능숙해지고 팀워크도 좋아진 모습이었어. 이날 나눔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가족 단위 봉사자들도 있었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연탄을 나르던 심규상 단원(운현초등학교 6학년)은 “연탄 나눔 봉사는 처음 해보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고 보람도 느껴요”라고 말했어. 옆에서 미소를 띠며 지켜보던 엄마 나다나 씨는 “요즘 아이들은 편리한 일상에 익숙해져 있어 연탄을 사용하는 가정이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라며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해보자는 뜻에서 함께 왔어요”라고 전했어.

정오가 되어 오전 연탄 나눔이 무사히 끝났어. 주어진 임무를 완수했다는 안도감과 뿌듯함이 교차하는 순간이었어. 오늘의 이 연탄이 누군가에겐 겨울을 따스하게 날 소중한 땔감이자 살아갈 힘이 되었겠지. 봉사에 참여한 학생들의 따뜻한 마음이 우리 이웃에게도 잘 전달되어 위로되었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