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뿌리내린 인도주의를 찾아서

주권국가를 향한 열망에서 탄생한 대한적십자사

대한적십자사의 탄생은 19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외세의 침략으로 부침이 심했던 당시, 국제사회에 중립국으로 바로 서고자 했던 고종은 1903년 제네바 협약에 가입한 데 이어 1905년 대한제국적십자사를 설립합니다. 하지만 주권국가의 꿈도 잠시, 일제강점기의 시작과 함께 대한적십자사는 일본적십자사에 통폐합되고 맙니다. 대한적십자사가 이 땅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건 1919년입니다. 3·1운동 이후 상해에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독립전쟁에 대비한 의료보조기관으로 대한적십자회를 설립합니다. 이후 대한적십자회는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독립군 부상자를 치료하고, 십시일반 독립운동자금을 모으고, 임시정부의 국제적 승인을 위해 국제적십자회의에 참석하는 등 독립운동에 힘을 보탰습니다.

격변의 시대, 고통이 있는 곳 어디에서나 함께한 적십자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한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누는 전시 상황에서도 대한적십자사는 피난민과 장병을 위한 의료구호, 전쟁포로 교환 등의 활동을 펼쳤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국제사회에도 널리 알려졌고 대한적십자사는 1955년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의 가입 승인과 함께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의 74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하게 됩니다. 전쟁의 상흔이 채 아물지도 않은 1960년, 정치·경제적인 불안에 휩싸인 대한민국은 격변의 시대를 맞이합니다. 그러나 정치적 갈등과 탄압 속에서도 대한적십자사는 4·19혁명 부상자 구호와 5·18민주화운동으로 피 흘리는 시민을 위해 발 벗고 나섰습니다.

매혈에서 헌혈로, 헌혈 인구의 저변을 확대하다

매혈이 횡행하던 시절, 올바른 헌혈문화를 정착시킨 것도 적십자였습니다. 어려웠던 사회 형편상 헌혈을 기대할 수 없었던 1970년대 중반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공혈자를 확보하기 위한 매혈(買血)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졌습니다. 혈액사업을 주관했던 대한적십자사는 1974년 매혈을 일체 중단하고 헌혈문화 정착에 앞장섰습니다. 1981년에는 정부로부터 국가 혈액사업을 위탁받아 전국 14개 혈액원을 운영하고 혈액사업 조직망을 강화하는 한편 시설과 장비의 현대화를 통해 헌혈 인구의 저변을 확대해 나갔습니다. 그 결과 1989년 연간 헌혈인구 100만 명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이산가족의 아픔을 나누다

3년에 걸친 한국전쟁은 수많은 사상자와 천만 명이 넘는 이산가족을 남겼습니다. 대한적십자사는 이산가족 재회를 위해 1971년 남북적십자회담 개최를 제의하고 수차례에 걸쳐 남북적십자회담과 실무회의를 가졌으나 실효를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 남북적십자 본회담이 12년 만에 재개되었고 1985년, 남측과 북측 각각 151명의 이산가족이 서울과 평양을 동시에 교환 방문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대한적십자사의 이산가족 지원사업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남북이산가족 교류를 대비하여 유전자 검사 및 영상 편지를 제작하고 있는데요. 아울러 북측의 호응이 있다면 언제라도 교류할 수 있도록 화상 상봉장을 관리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재난재해, 기후위기로부터 생명을 보호하라

우리나라는 급격한 산업화를 통해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냈습니다. 하지만 고도성장에 가려진 부작용도 있었는데요.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 등의 사고가 잇따르고 소득 격차로 인한 소외계층이 늘어난 것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도 심각합니다. 대한적십자사는 재난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달려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공공병원으로서 코로나19 감염병에 대응하는 등 신종 재난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와 함께한 대한적십자사의 인도주의 활동을 알아봤는데요. 인도주의는 어렵지 않습니다. 다양한 위기 속에서 생명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내가 아닌 우리를 위해 행동하는 것. 인간 존중, 생명 보호를 위한 대한적십자사의 인도주의 활동에 더 많은 RCY 단원 여러분이 함께해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