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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위협하는 감염병, 출구는 있는가?
지난 3월 11일(현지시각)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확산에 세계적 대유행, 즉 팬데믹(Pandemic)을 선포하고 국제사회가 공동대응할 것을 요청했다. 감염병이 국가의 문제를 넘어 국제적 재난이 된 지금, 세계의 재난 공동대응 활동과 선제적 예방대응의 필요성, 그리고 이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알아본다.
글｜전병율(차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前 질병관리본부장)
감염병, 공동대응이 중요하다
사스와 메르스 그리고 코로나19까지, 인간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감염병은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닌, 국제사회가 함께 대처해야 할 문제가 되었다. 특히 한·중·일 3국은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인적, 물적 교류가 활발하기 때문에 신·변종 감염병 발생에 공동체의식을 갖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에 한국과 중국, 일본은 지난 2007년 ‘3국 보건장관회의’를 개최하여 공통적인 보건의료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장을 마련했다. 사스와 조류 인플루엔자를 경험하면서, 한·중·일 3국이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신종 인플루엔자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교훈을 얻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회의는 이후 3국에서 매년 순환 개최하며, 공통의 보건의료 문제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고 공동대응 방안을 논의 한다. 2019년 ‘3국 보건장관회의’에서는 백신 수급 현황 및 안전성 문제에 관한 정보 공유체계를 구축하자는 내용의 ‘감염병 대응에 관한 공동행동계획 3차 개정안’에 서명했다.
감염병에 대처하는 국가 간 공동대응은 지난 메르스 사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015년 5월 한국에서 메르스가 유행하던 시기에 한국의 감염 의심환자가 중국에 입국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세계보건기구를 통해 이를 알게 된 중국 당국은 보건 전문가를 파견하여 한국인 의심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했고, 동시에 그의 행적과 동선을 파악하여 정보를 공개한 끝에 밀접 접촉자를 모두 찾아낼 수 있었다. 당시 한국인 의심환자는 중국에서 치료 후 한국으 로 귀국했으며, 이 치료비 전액은 중국 정부가 부담했다.
2014년 확산된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도 유의미하다. 한국은 에볼라 대응 보건인력을 대한민국 긴급구호대 형식으로 파견하여 의료활동을 지원한 바 있다. 이는 감염병이라는 재난에 인도적으로 대응한 새로운 선례가 되었으며 복합적인 위기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응역량 강화에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선제적 예방대응의 필요성과 진화한 보건당국의 감염병 대책
그리고 2019년 말, 코로나19로 지구촌이 또다시 긴장감에 휩싸였다. 그간 신종 감염병 유입에 대한 대책을 마련 했던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발생 초기, 철저한 검역으로 이에 대응해나갔다. 의심 증상 발생 시 즉시 보건기관에 신고하고 확진 판정을 받은 경우, 접촉자를 파악하는 등 격리조치와 능동감시를 적극적으로 실시한 것이다. 한편 으로는 접촉자 관리를 위해 스마트폰 사용 자료와 신용카드 및 교통카드 사용, CCTV 자료를 최대한 활용하는 등 접촉자 관리가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울러 국내 최초 확진 환자 발생 이후 불과 17일만인 2월 7일부터 신속 진단이 가능한 진단시약을 개발·도입하여 24시간 이상 걸리던 종전의 검사법을 6시간으로 줄 였다. 이를 통해 보다 효율적이면서 효과적인 감염자 관리가 가능하게 되었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신종 감염병을 완벽하게 차단하거나 예방할 수 없다. 현재 특정 집단의 돌발행동과 비협조적인 태도로 인해 확진자 수가 3월 12일 기준, 7,000명을 넘어서는 등 코로나19의 여파는 심각한 재난 수준에 이르렀다. 의료계, 정부, 지자체의 노력과 더불어 성숙한 시민의식이 뒷받침될 때 코로나19는 물론, 앞으로 다가올 신종 감염병도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2000년대 이후 사스, 조류 인플루엔자 인체감염증, 신종플루, 에볼라 바이러스, 메르스 그리고 코로나19 등 신종 바이러스가 거듭 발생함에 따라 전 세계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와 같은 신종 감염병은 치료제와 백신이 충분히 개발되지 않고 있어 인류의 건강을 지속해서 위협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선제적 예방활동과 범국가적 공동대응, 그리고 공동체 정신의 발현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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