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

아빠의 버팀목 사랑하는 우리 가족(kbc 희망풍차 휴먼다큐 나눔 65화)

부쩍 더워진 날씨에 용접면 안으로 땀이 비오듯이 내립니다. 그래도 아빠는일을 멈출 수 없습니다.

(박제량) “먹고는 살아야 하겠고 제일 걱정이 일단 생활고 같아요.”

아빠가 하루종일 구슬땀을 흘리는 이유. 바로 사랑하는 가족들 위해선데요 온몸이 부서져라 일해왔지만, 점점 더 어려워지는 살림살이. 아빠와 가족들에게 어떤사연이 있는걸까요?

전라남도 목포시 원산동 이른새벽. 동네에서 가장먼저 불이 켜지는 집이 있습니다. 아직 잠에서 깨지못한 엄마와 아이들 가족모두 잠든시각 아빠는 홀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잠든 식구들이 깨지않게 조용히 아침밥을 챙겨먹는 재량씨. 반찬은 김치가 전부입니다.

(박제량) “예전에 아이들 엄마가 안 아팠을때는 반찬도 만들어서 먹고 했는데, 이제 저 혼자 살림을 챙기다 보니까 남자가 얼마나 신경 쓰겠어요. 그래도 집사람이 안 아팠을때는 식재료도 사다가 반찬도 만들고 했는데, 지금은 완전히 왼쪽이 몸을 못 쓰다 보니까... 그나마 저희 누나들이 서울에서 내려와서 김치도 담아주고 간 거예요.”

행여 아내가 신경쓸까 제량씨는 설거지까지 하고 나서야 출근준비를 서두릅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늘 자신보다 먼저 일어나서 따뜻한 아침상을 차려놓고 남편을 배웅하던 아내였습니다. 덕분에 새벽출근이 힘든줄도 몰랐습니다.

(방인자) “다녀오세요”

(박제량) “응”

(박제량) “이따가 연락할게”

(방인자) “응”

(박제량) “오늘도 가서 운동 잘하고”

(방인자) “응 알았어”

(박제량) “집에 혼자 두면 가만히 있다가도 자주 넘어져 버려요. 지금은 더 좋아지지도 않고 더 나빠지지도 않고 지금 그 상태예요”

(방인자) “다녀오세요”

몸이 아픈 아내를 두고 나가는 제량씨의 마음이 편치않습니다. 출근하는 아빠의 인기척에 잠에서 깬 큰아들 성룡씨. 눈을 뜨자마자 꼭 챙겨먹어야하는 약이 있다는 데요.

(박성용) “수술 안 받는 대신(정신과) 약을 먹어요.”

장성한 두 아들과 함께 살고 있지만, 장애 때문에 엄마를 돌봐줄 여력이 없습니다. 바다내음이 풍겨오는 목포의 한 항구마을. 재량씨는 매일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직장으로 출근합니다.

(박제량) “조그만한 통발 만드는 회사에 다녀요”

(촬영감독) “통발이요?”

(박제량) “네”

(촬영감독) “걸어가시는거예요?”

(박제량) “아는 형님 차 타고 가는데 오늘은 형님이 일이 있어서 따로 가는 거예요“

오늘도 아빠는 아픈가족들을 위해서 일터로 향합니다. 수많은 고기잡이 배들이 오가는 목포의 북항. 이곳에 아빠의 오랜 일터가 있습니다. 제량씨는 40여년째 통발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박제량) ”(낮에 일하고) 밤에 자다 보면 아무래도 힘이 드니까 아픈 어깨를 때려요. 팔목도 시리고,,,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니까 다리에 쥐가 나요.“

워낙 고되 노동이라 요즘 젊은 사람들은 모두 기피하는 일지만 아빠에겐 정년퇴직이 없는 고마운 직장입니다. 통발제작은 대부분 주문 제작으로 이루어지는데요, 그렇다보니 작업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기도 하고 일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까지 작업을 맞춰야 되는 물량은 통발 500개. 일일이 손으로 용접하는 수작업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오늘처럼 물량이 몰릴 땐 잠시도 쉴틈이 없다는 데요. 최근 들어 어깨 통증이 심해진 아빠에겐 힘들어도 견뎌내야 하는 시간입니다.

(박제량) ”나도 느꼈어요. 최근에 어깨가 처진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전에는 몰랐는데 어느날 갑자기 어깨가 아파서 한의원 가서 침도 맞아보고 해도 그때뿐이에요.“

가난한 형편에 배운게 없다보니 젊었을때부터 몸쓰는 일 밖에 할 수 없었다는 제량씨. 가정을 꾸리고 나서는 5식구 생계를 위해 몸을 사리지않고 더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렇게 하루종일 작은 의자에 앉아 용접 일을 해온지 40여년 아빠의 몸은 어디하나 상한 곳이 없는데요. 그래도 요즘 같은 때 이렇게나마 일할 수 있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박제량) ”통발도 여러 종류가 있어요. 기본이 꽃게 통발인데 선주들이 요구하는 대로 제작을 해줘야 해요. 사이즈가 다 다르고 오징어 통발도 있고 문어 통발도 있고, 바다에서 소라를 잡는 소라 통발도 있고”

이젠 통발 전문가가 다 됐습니다. 첫째아들에 이어서 둘째아들까지 발달장애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지금까지 평생 아이들을 뒷바리지 해온 제량씨 작년 설상가상으로 아내 마저 쓰러지면서 아빠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습니다.

(박제량) “제일 걱정이 일단 생활고 같아요. 제일 힘든게 내 몸도 피곤하지만, 아이들한테 아무리 돈이 안 들어간다고 해도 다섯 식구가 생활하는데 돈이 들어가죠. 보험료도 들어가고 약값, 집 관리비도 내야하고 전기세도 들어가고 아이들 핸드폰 요금도 제가 다 내고 있어요. 아이들이 다 벌이가 없으니까. 그나마 딸이 올해 대학교 2학년인데 공부를 잘해서 국가장학금을 일부 받으니까 버티지 그것마저 없으면 제가 못 버티겠더라고요.”

아빠가 하루종일 용접일을 버는 돈은 한달에 200만원. 다섯식구가 생활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돈인데요. 첫째와 둘째는 장애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도 독립하거나 취업을 한다는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 그나마 일찍 철이든 막내딸이 혼자 힘으로 대학을 다니면서 한시름 놓긴했지만 최근엔 늘어가는 엄마의 간병비를 감당하기가 점점 더 버겁습니다.

(전상길 직장동료) “아이들이 장애가 있어서 생활하기가 힘들죠. 여기서 얼마 받아서 간병인을 하루에 15만 원씩 주고 써버리니(생활이 빠듯하죠) 그 부분을 어떻게 해결해야 버틸 수 있을텐데...”

(촬영감독) “안타까우시겠어요?”

(전상길 직장동료) “네 안타깝고 짠하죠”

(전상길 직장동료) “뇌경색으로 쓰러졌다는 것은 몸을 반쯤은 못쓰게 됐다는 건데 재활치료도 하고는 있는데 아내가 또 쓰러졌다는 연락받으면 제량씨가 집에 달려가고 그래요.”

없는살림에 장애가 있는 두아들을 돌보며 집안을 살뜰히 챙겼던 아내. 그런 아내가 쓰러지자 제량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물론 평생 엄마의 돌봄을 받아온 자식들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겠죠.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는 형제도 제법 살림을 챙길 줄 알게 되었는데요, 아직은 한참 부족하지만 하나씩 하나씩 스스로 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는 중입니다.

(박성용) “엄마 자고 있어요, 엄마 일어나요”

(촬영감독) “엄마 못 일어나세요?“

(박성용) ”일어나셨어요“

뇌경색 이후 왼쪽 몸에 마비가 생긴 엄마 거동이 불편해진 엄마를 이제 형제가 함께 돌봅니다. 자식들에게 이렇게 돌봄을 받게 될줄은 생각도 못해본 일인데요, 말은 안해도 아픈 엄마를 보살피겠다고 애쓰는 아들들이 기특하고 대견한 엄마입니다. 아빠가 출근하고 나면 엄마를 곁에서 돌볼사람이 없다보니, 날마다 주간 보호 센터에 재활치료와 케어를 받고 있습니다.

(박성용) ”형 양말 신고 준비해. 가방이랑 핸드폰 넣고“

형제도 부지런히 외출준비를 서두릅니다. 아침 일찍 어디를 가는걸까요.

(촬영감독) ”지금 어디 가세요?“

(박성수) ”장애인 복지관이요. 저기 누나 있어“

발달장애가 있는 형 성룡씨와 동생 성수씨 혼자서는 서툰 일도 두 사람이 함께하면 어렵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늘 짝꿍처럼 붙어 다니는데요, 의지할 수 있는 서로가 있어서 엄마 아빠도 조금은 마음이 놓입니다.

(박성수) ”장애인 복지관에서 작업해요“

(촬영감독) ”어떤 작업이요?“

(박성수) ”자동차 부품 조립, 종이가방, 청소하기, 점심 먹고 양치하기, 쉬는 시간에는 핸드폰 보고“

형제는 매일 아침 함께 복지관으로 향합니다. 두 사람은 몇 년 전부터 이곳에서 직업훈련을 받고 있는데요, 작업하는 모습이 제법 익숙합니다.

(고인숙 복지관 팀장) ”작업하는데 어려운 건 없어요?“

(형제) ”네”

(고인숙 복지관 팀장) “지금 몇 번 하고 있어요?”

(박성룡) “1번이요.”

(고인숙 복지관 팀장) “그럼 성수 씨는 몇 번하고 잇어요?”

(박성수) “2번 3번 4번이요”

(고인숙 복지관 팀장) “2번 3번 4번 성수씨가 다하고 있어요?”

(고인숙 복지관 팀장) “2020년 저희 복지관에 처음 오셨거든요. 전에는 다른 복지관에서 일자리사업을 하시다가 두 분이 아직 젊으신가 직업훈련을 받아보면 어떻겠나 해서 저희 복지관에 오시게 됐는데 횟수로 4년 정도 이용하고 계십니다. 중간에 코로나19 시기가 있다 보니까 복지관에 자주 못 나오시기도 했거든요.”

(고인숙 복지관 팀장) “작업 다 한거는 여기에 담아주세요.”

(형제) “네”

그동안 코로나로 집안에서만 갇혀지내다가 최근 복지관에 다시 나오기 시작하면서 활기가 넘치는 두 사람. 어째 작업하는 모습도 신나 보입니다.

(고인숙 복지관 팀장) “복지관에 오시면 보셨다시피 인사를 굉장히 크게 잘하시고 천진난만하시고 그리고 인싸세요. 친구 분들이랑 동료들이랑 연락도 굉장히 자주 하시고 한 명 한 명 안부도 잘 물으시고, 복지관에 안 나오는 친구들의 소식을 가장 잘 알 정도로 저희에게 그분들의 이야기를 다 해줄 정도로 굉장히 인싸이시고 동료 관계도 좋으신 편입니다.”

이구역 복지관의 인싸. 성룡 성수씨 형제.

(촬영감독) “복지관에 오면 재밌어요?“

(박성수) ‘네 재밌어요”

활발한 성격 탓에 집중력이 약한 다른 장애인들보다 직업훈련의 성과도 높다고 하는데요 단순 반복 작업이긴 해도 일을 하면서 자신감과 성취감을 느끼고 배울 수 있습니다.

(김수한 사회복지사) “발달장애인 분들은 정밀한 작업을 하시기에는 좀 힘들고 반복적으로 지속적으로 하는 훈련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닮은듯하지만 성격은 조금씩 다르다는 성룡씨와 성수씨. 형이 차분한 성격이라면 동생은 좀 더 활발하고 적극적인 성격이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서로를 보안하면서 큰 의지가 된다고 합니다. 말그대로 두사람이 함께있으면 두려울게 없는 용감한 형제입니다.

(고인숙 복지관 팀장) “아무래도 형 성용씨가 조금 더 인지능력이 높은 편인데, 안타깝게도 의지가 조금 약해요. 길게 이어지면 취업 가능성이 있을텐데 그게 좀 약하고 동생 분은 인지능력이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이라 형보다 훨씬 활발한 상황이지만 혼자서 자립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형이랑 동생이 같이 직업훈련을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 시각 엄마도 재활운동이 한창입니다.

(안미경) ”팔을 쭉 펴세요“

뇌경색 후유증으로 왼쪽 몸에 심각한 마비가 오면서 거동이 불편해진 엄마

(안미경) ”팔 운동이 조금 되세요?”

(방인자) “네”

(안미경) “운동은 잘 따라와 주시는데 인지가 잘 안되시다 보니까 선생님들이 조금 더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평생 아픈 두 아들을 돌보느라 정작 자신의 몸을 돌볼 겨를이 없었습니다. 엄마는 지금도 빨리 자신이 건강해져서 아이들을 보살펴 줘야한다는 생각 뿐입니다.

새벽 밥을 먹고 출근해 긴 하루를 보낸 제량씨의 퇴근 길 열심히 일해도 나아지지 않는 형편에 마음이 답답하기만 하는데요 이럴 때 마음 터놓고 하소연할 수 있는 아빠의 유일한 이웃이 있습니다.

(황용숙) “삼촌 퇴근하고 오세요?”

(박제량) “네”

(황용숙) “오늘도 수고하셨네요? 오늘은 어땠어요?”

(박제량) “작업이 일이 항상 그렇죠”

희망풍차에 가족들의 사연을 알려온 곳도 바로 이분이라는데요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가족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시고 있는 고마운 이웃입니다.

(황용숙) “삼촌은 열심히 살고 가족을 위해서 아빠는 출근해서 일찍 일하러 가고 엄마는 아프니까 뇌경색으로 쓰러져서 인지능력이 떨어져서 아이들한테 마음을 쏟을 여력이 안돼요 그래서 제가 알려주고 다독거려주고 보듬어주고 안주니까 이모 이모하고 저를 찾아옵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온 아빠 하루종일 일하느라 기진맥진하지만 집안에 들어설 때면 가족들에게 누구보다 밝게 인사를 건넵니다.

(박제량) “여보 나왔네 오늘도 고생했네“

힘들어도 웃음을 잃지 않는 제량씨 아이들을 키우느라 고생만 한 아내에겐 늘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 뿐입니다. 때마침 복지관에서 돌아온 형제

(박제량) ”형은?“

(박성수) ”오고있어 다녀왔습니다“

(박제량) ”뭐를 맛있게 먹고 와?‘

아직 아빠에겐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 마냥 늘 신경이 쓰입니다. 언제까지 다 큰 자식들을 돌볼수 있을지 기약 없는 날들을 생각하면 막막하기도 한데요

(박제량) “엄마하고 같이 먹어”

제량씨 역시 하루하루 나이가 들면서 건강이 예전 같지 않지만 그래도 아직 사랑하는 가족을 지킬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박제량) “힘 안드는게 어디가 있어요 다 힘들죠. 세상살이가 다 힘들고 식구들 먹여 살리려니까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야죠”

(정광남) “안녕하세요”

(박제량) “안녕하세요”

오늘은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가족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적십자 지역봉사회에서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중입니다.

(정광남) “주위에 도움이 필요할 것 같고 박제량씨 혼자서 벌어서 아이들을 돌보려면 힘들 것 같습니다. 저희 적십자사 봉사회에서도 와서 청소도 해드리고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엄마가 건강을 회복하려면 지속적인 재활치료가 꼭 필요하지만 아빠의 돈의 대부분이 간병비로 들어가다보니 더 이상 감당하기가 버거운 상황인데요. 넉넉하진 않아도 지금처럼 식구들이 함께할 수 있다면 이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거라고 아빠는 믿습니다.

아이들이 자립심을 길렀으면 좋겠고, 막내딸이 지금 대학교를 다니는데 조금 더 나은 생활을 좋겠고 덜 힘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로서 아빠로서 바람이고 앞으로 우리 집안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평생 돌봐야 하는 발달장애인 형제와 뇌경색으로 쓰러진 아내를 홀로 책임져야 하는 제량씨 힘들어도 사랑하는 가족들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아빠와 가족들이 지금의 위기를 이겨내고 다시 희망을 꿈꿀 수 있게 용기를 전해주세요. 대한적십자사가 여러분과 함께 가족들의 밝은 내일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