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붙잡고 싶은 아빠(kbc 희망풍차 휴먼다큐 나눔52화)

어느날 부턴가 몸이 말을 듣지 않더니 지금은 밥을 먹는거 조차 힘이 듭니다.

(메이리) 남편이 밥을 못먹으니까 당근하고 바나나를 갈아서 달걀하고 같이 먹어요.

점점 더 굳어가는 손발 언젠가는 움직일 수 없게 될지 모릅니다.

그날을 하루라도 늦추기 위해 아빠는 온 힘을 다해봅니다.

광주광역시 서구 치평동

(메이리) 은찬아 일어났어?

깨우지않아도 알아서 척척 일어나는 듬직한 은찬이, 덕분에 여유가 생겼습니다.

엄마는 매일아침 아빠의 식사를 따로 준비하는데요, 영양제조 절대 빼먹지않습니다.

(메이린) 남편은 못먹으니까 이렇게 갈아서 먹어야 해요

(메이리) 은찬아 밥 먹자

이렇게 남편과 아들의 아침을 챙기다보면 눈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흐릅니다.

(장선용) 나좀 일으켜줘요

(장선용) 일어설 때는 물건을 잡고 일어나야죠 혼자서는 바로 못 일어나니까

아직은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 아들에 혼자서는 거동이 불편한 남편까지 챙겨야하지 엄마는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합니다.

(메이리)몸이 불편해서 혼자 일어나면 넘어질 수도 있어서 제가 도와줘야 해요

아빠 성용씨는 온몸의 근육이 소실되는 희귀난치성 질환인 근이영양증을 앓고있습니다.

(장선용) 달걀에 단백질 성분이 있어서 챙겨 먹어요. 아침엔 밥 먹기가 거북하니까 약밥을 먹어요.

서서히 근육이 마비되면서 결국엔 먹지도 움직이지도 못하게 되는 아빠의 병. 아직까지 치료법이 없어 하루하루 버텨내는 일 밖에 할 수 있는일이 없습니다.

(장선용) 김치도 거의 못 먹고 딱딱한 음식은 다 못먹어요.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할 것도 없다고 하니까 집에서 가끔 운동을 하는데 그 운동 때문에 지금까지 이렇게 지내는거지 만약 운동도 안하고 계속 누워 있었다면 아마 이보다 상태가 더 나빠졌을 거예요.

아빠가 지금까지 고통의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건 사랑하는 가족들 덕분입니다.

고마운 아내와 하나뿐인 은찬이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아빠는 그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죠.

(메이리) 학교 가는거 좋아?

(장은찬) 응

(메이리) 엄마랑 같이 가니까 좋아?

은찬이는 올해 초등학생이 됐습니다.

(메이리) 아침부터 일어나면 너무 바빠요. 하하하. 은찬이 밥 먹이고 남편 챙기고 이것저것 준비하다보니까 바빠요.

아무리 바빠도 은찬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는 일은 하루도 거르지않는다는 엄마.

(장은찬) 다녀오겠습니다.

(메이리) 잘 가. 이따 올게

앞으로 아빠의 몫까지 더 잘해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입니다.

(메이리) 그동안 시어머니가 연세가 많아서 모시고 살았고 남편도 아프니까 혼자는 친정에 못가고 엄마, 아빠, 동생들 다 보고 싶죠.

어린나이에 먼 타국으로 시집온 엄마는 아이를 키우면서 시어머니와 아픈남편까지 돌봐야했는데요, 그러고 10년이 훌쩍 지나는 동안 친정에 대한 그리움은 마음 깊숙이 묻어둬야만 했습니다.

2010년 뇌경색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근이영양증 진단을 받은 아빠. 그래도 작년까지는 아픈몸으로도 직장생활을 하며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 왔는데요, 퇴직이후 건강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어 걱정이 됩니다.

(장선용) 근이영양증은 치료약도 없고 불치병이라고 해요. 나이 들면 근육이 없어지잖아요. 그것보다 더 빨리 근육이 없어져서 일생활에 어려움이 있따고 들었어요.

마치 죽음을 기다리는 것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막막함과 두려움 아빠는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습니다.

(장선용) 처음에는 2kg짜리 아령도 들었는데 지금은 그것도 못 들어요. 겨우 두 손으로 들다가 손에 조금씩 힘을 키우려고 하고 관리를 철저히 잘 하고 있어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외출준비를 하는 선용씨.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곁에 건강하게 있으려면 운동은 필수 라는 데요. 그래봐야 집앞 산책이 전부지만 걸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입니다.

(장선용) 힘들어요. 일주일에 2~3번 밖에 나와서 걸어요. 매일하는게 아니고

그 시각, 엄마와 은찬이는 집근처 지역아동센터를 찾았습니다.

(장은찬) 안녕하세요.

엄마는 이곳에서 자활도우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센터장 장신혜) 아이들이 좋아서 저도 도와주는 개념으로 오셔서 여기서 아이들 밥 해주시고 저랑 같이 이야기도 하면서 일하고 계세요.

남편대신 3식구의 가장이 된 엄마가 생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선택한 일입니다.

(메이리) 여기는 남자가 없어서 저희가 다 해요.

점심 시간이 다가오면서 더욱 분주해지는 엄마. 10년차 주부의 솜씨를 뽐낼 수 있는 시간입니다.

(메이리) 원래 시어머니랑 같이 살아서 어머니한테 요리를 많이 배웠어요. 봉사도 하지만 은찬이랑 같이 있을 수 있어서 좋아요.

남편의 퇴직이후 생계를 꾸리기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이렇게 해서 버는 돈은 한달에 30여만이 전부. 많은 돈은 아니여도 은찬이와 함께 있을 수 있어서 맘놓고 일할 수 있다는데요. 아픈아빠가 은찬이를 돌볼 형편도 아니니 엄마와 은찬이에게 일석이조랍니다.

(제작진) 엄마랑 같이 있어서 좋겠어요?

(장은찬) 네

은찬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아팠던 아빠. 어린은찬이의 기억속 아빠는 늘 기운없이 누워있는 모습이였습니다.

(센터장 장신혜) 한창 뛰어놀고 에너지가 넘칠 나이인데 아버지가 아파서 은찬이가 자전거 타는 것도 그렇고 밖에서 놀지 못하니까 조금 안타깝긴 해요.

아빠랑 같이 뛰어노는 친구들을 보면 부럽기도하는 나이.

(장은찬) 그림과 같이 동그란 형태로 머리를 만듭니다.

아픈 아빠를 지켜보며 일찍 철이 들어버린 은찬입니다.

하지만 그런 은찬이를 생각하면 엄마는 미안하고 마음이 아픕니다. 그렇다고 마냥 슬퍼하고 있을 수 만은 없는데요, 이젠 엄마가 어린은찬이와 아픈남편을 돌봐야 하니까요 이럴땐 특유의 긍정 에너지로 힘을 냅니다.

(메이리) 아이들이 맛있다고 이야기하면 기분이 엄청 좋아요.

이 일을 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는 엄마. 그런 엄마를 보면서 은찬이도 덩달아 밝아졌습니다.

(장은찬) 엄마가 해주는 밥이 맛있어요.

그날 오후. 가족들이 모처럼 다 함께 외출에 나섰습니다.

(장선용) 제 몸이 안 좋아서 그곳에서 혹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해서 찾아가는 겁니다.

세 사람이 도착한 곳은 지역에 장애인복지관

(사회복지사 박수진) 안녕하세요. 우선 상담하고 제가 프로그램 안내도 같이 해드릴게요

그동안 치료법이 없는 난치병이라는 생각에 도움이라곤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부였습니다.

(사회복지사 박수진) 현재 거동은 가능하시지만 사용하시는 보조기구 있으세요?

(장선용) 많이 걷지는 못해요. 그리고 빨리 걷지도 못하고요. 손으로 물건을 거의 들지 못해요.

선용씨의 병세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도움이 절실한데요

(사회복지사 박수진) 몸에 근력이 많이 약한 생태예요. 거동하는 게 많이 불안정하고 근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 사료됩니다.

당장아빠에게는 적극적인 치료와 꾸준한 재활이 필요하지만, 경제적 여건상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회복지사 박수진) 재가복지서비스라고 해서 가정에 방문해서 가정환경이 어떠한지 경제적 어려움도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로 더 어려운지 그리고 어떤게 더 필요한지 심층적으로 상담해서 대상자의 욕구에 따라 회의를 진행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지원해줄 수 있는 게 어떤 게 있지 광주의 자원 연계를 통해서 다른 기관에서 도와줄 수 있는게 또 어떤게 있는지 이런 네트워크를 통해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도움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던 아빠. 모든게 막막했던 가족들에게도 이제 자그마한 희망이 생겼습니다.

(장선용) 집에 와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눈 다음에 저한테 필요한 자원을 해주신다고 하니까 장애인복지관에 와본 게 잘한 것 같고 고맙습니다.

(메이리) 좋아요. 이런 지원 프로그램이 있는지 몰랐는데 앞으로 이 프로그램이 우리 남편을 위해서 우리 가족에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서 좋아요.

시간을 붙잡아서라도 사랑하는 가족들옆에 오래오래 있고싶은 성용씨. 아빠와 가족들이 지금의 위기를 잘 이겨낼 수 있게 용기를 전해주세요.

2021년 12월 방송 광주시 동구 월남동

광주외각에 작은 시골마을 이곳에 보일러가 고장난 집안에서 하루 24시간을 보내는 형제가 있습니다. 형 홍관씨와 동생 홍삼씨는 온몸에 근육에 약화되면서 결국에는 움직일 수 없게되는 희귀질환인 근이영양증을 앓고있습니다.

(차영진 목사) 홍삼아 밥은 먹었어?

(동생 홍삼) 안 먹었어요.

(차영진 목사) 식사해야지?

(동생 홍삼) 네

두 사람을 가족처럼 돌봐온 차영진 목사와 아들 예승군. 불편한 몸으로 끼니를 챙기는 것 조차 쉽지 않다는걸 알기에 시간이 날 때 마다 들려서 형제식사를 챙깁니다.

(차영진 목사) 제가 이분들을 안지 25년 됐습니다. 어렵지만 건강하신 분들은 혼자서도 활동을 잘 하지만 이분들은 행동제약이 있어서 곁에 있을 수 밖에 없었고.

병이 진행되면서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져 가는 두사람. 유일한 가족의 두사람이 같은 병을 앓고있어 도움의 손길이 절실했는데요

(차영진 목사) 형제를 오랫동안 봐왔는데요, 동생 홍삼씨 같은 경우 10여년전에는 용접을 할 정도로 힘이 있었어요. 그런데 점점 말라가고 몸이 약해지다가 2021년 4월 10일에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장례를 하고 나서 더 급속히 안 좋아졌어요. 형 홍관씨는 그 충격으로 의식을 잃어서 세상을 떠날 것같이 상태가 위중했어요. 한 20일간 의사선생님들 도움으로 치료를 잘 받고 다시 집에 와서 생활을 하고 있어요.

추운겨울이 지나고 찾아온 따뜻한 봄날. 형제를 다시만났습니다. 두사람의 마음처럼 한겨울 냉골 같았던 방안에 훈훈한 온기가 가득합니다. 방송을 통해 희귀질환을 앓고있는 형제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면서 많은변화가 있었다는데요. 전보다 한결 밝아진 표정과 목소리. 두사람에게 찾아온 변화가 반갑고 고마운 영진씬데요.

(최영진 목사) 방송 이전보다 훨씬 나아졌죠. 주거환경도 깨끗하게 개선되어있고, 이분들 생각도 긍정적으로 변하고 도와주신 손길들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죠. 본인들 스스로도 의욕적으로 건강을 회복하려고 운동도 하려고 하고 재활하려는 의지들이 있기 때문에 고맙고 감사할 일이죠. 차츰차츰 개인들이 얼마만큼 노력하느냐에 따라서 건강도 회복되고 성과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도 현재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활동하기 힘드니까 계속 살펴볼 수 밖에 없는 상태입니다.

방송이후 많은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습니다. 혼자서는 외출할 수 없는 형제가 쉽게 움직일 수 있고 집안에서는 아마 편히 지내길 바라는 마음들이 모였는데요.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 이영훈 과장) 현관에 경사로가 가장 절실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경사로 설치를 지원해드렸고요, 추운 겨울에 따뜻하게 지내셔야 건강이 유지가 되는데 보일러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서 저희가 보일러를 교체해서 설치해드렸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내준 사랑과 정성이 아픈 형제와 이들을 가족처럼 돌보고 있는 이들에게 큰 응원이 되고있습니다. 삶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 누군가가 내밀어준 손이 살아갈 용기가 됐습니다.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우리 이웃들이 포기하지 않고 다시 힘을 내서 일어설 수 있도록 함께 응원해 주세요.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세요.

(차영진 목사) 저희가 해오던 일이니까 계속해야 되고 여러사람들이 도와주셔서 감사하고 고맙고 도움의 손길이 저희한테 격려가 되고 도움이 되고 힘이 됩니다. 이분들도 기분 좋아하시고 든든해 해요. 함들지만 실의에 빠지지 않고 삶에 의욕을 가지고 있어서 여러 가지로 감사하고 고마울 뿐입니다.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 이영훈 과장) 이 세대에 직접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고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로 여러분들이 문의해주셔서 저희가 직접 연계해서 지원을 해드렸습니다. 시청자 여러분들께서도 여러 전남 지역의 어려운 가정에 따뜻한 관심과 도움을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화장한 봄날 구수한 냄새가 가득합니다.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 옥상이 여성봉사자들로 북적이는데요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이라죠.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 여성봉사 특별자문위원회 박미경 위원장) 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회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지난 18일에 메주를 소금물에 띄웠는데요, 40일이 지난 오늘은 메주하고 소금물을 가르는 장 가르는 날입니다.

지난달 담근 메주를 꺼내서 일일이 손으로 주물러 덩어리가 없게 지대여 된장을 만드는건데요, 보통 정성이 필요한게 아닙니다.

(봉사원들)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배미선 자원봉사자) 메주를 띄우다 보면 곰팡이가 생기는데 해로운 곰팡이는 아니지만 색이 너무 까매서 그걸 추려내고 있는 거예요.

옛날 우리 어머니들이 가족들을 위해서 온정성을 다해 장을 담그듯이 전통방식으로 좋은 재료와 마음으로 장을 담그는 봉사자들의 손길이 분주합니다. 바쁜 와중에도 이웃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모두가 열심힙니다.

(국연숙 자원봉사자) 40알간 간장이 숙성되면 그 간장에 디포리와 다시마를 넣고 끓여서 된장을 다시 갈라서 담을 때 이걸 한바가지씩 넣으면 된장 맛이 아주 좋아집니다. 그래서 그 맛간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봉사자들이 이렇게 정성껏 장을 잠그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사라져 가는 전통식품을 바로 알고 직접 장을 담글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이웃돕기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인데요.

(국연숙 자원봉사자) 항상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기 위해서 각종 기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고유의 음식인 된장을 만들어서 지인들에게 판매해서 남은 수익금으로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장담그기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여성특별자문위원회는 적십자의 대표적인 자원봉사자 조직으로 지역의 여성리더들이 솔섬수범해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자원봉사자) 여기서부터 넣을게요.

이번 장 담그기 행사도 맛있는 장을 담가 판매한 수익금을 위기가정지원을 위한 후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마련되었는데요, 이웃을 위한 사랑과 정성이 가득담긴 만큼 장 맛도 좋겠죠

(자원봉사자) 3개월 후에 숙성이 되어서 맛있는 된장이 됩니다.

나눔도 함께하면 어렵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작은 나눔이 우리 이웃에게 큰 희망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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